7월 21일 내란특검팀이 평양 무인기 작전 의혹 수사를 명분으로 사전 협의 없이 오산기지 내 공군 방공관제사령부 제1중앙방공통제소(MCRC)에 들이닥친 순간, 그 파장이 얼마나 큰지 제대로 이해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드러난 결과는 단순한 압수수색의 후폭풍을 넘어 한미동맹 신뢰의 근간을 흔드는 대형 사고였다. 그리고 이제 그 후폭풍은 현실이 됐다. 주한미군이 한국군이 맡아온 오산기지 출입 통제권을 전면 회수한 것이다.
내년 1월 중순부터 오산기지 외부 게이트 3곳의 출입 통제와 전산 기록 관리 기능은 모두 주한미군이 단독으로 운영한다. 한국 공무원증은 효력을 잃고, 미국이 발급하는 국방생체인식시스템(DBIDS) 카드만이 기지 출입을 허용하는 유일한 수단이 된다. 한국군이 수십 년간 맡아온 역할을 하루아침에 박탈당한 셈이며, 이는 단순한 보안 조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한국이 신뢰받지 못한다’는 미국의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문제의 근원은 명확하다. 특검팀의 기지 압수수색. 특검팀은 “한국군 승인 아래 출입했고 SOFA 위반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주한미군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이원화된 한국군·미군 출입 시스템 탓에 미군 측은 압수수색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 게다가 SOFA 합동위원회 미국 측 위원장인 데이비드 아이버슨 주한미군 부사령관이 외교부에 항의 서한을 보냈음에도 두 달 가까이 답신이 없는 상황.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더 큰 문제는 이 사안이 단순한 행정 착오가 아니라 정치적 프레임 속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세력 척결’과 ‘부정선거 국제 카르텔 제거’를 내세우며 단행한 12.3 계엄 조치를 더불어민주당이 성급한 탄핵과 파면으로 몰아붙이면서 ‘내란 프레임’을 남발한 것이 사태의 시작이었다. 확정되지도 않은 ‘내란’이라는 단어를 앞세워 정권의 정당한 권한 행사를 공격하고, 그 과정에서 특검팀은 오산기지라는 동맹국의 심장부에까지 사전 통보 없이 진입했다.
국가의 안보는 결국 신뢰에서 나온다. 동맹국 간 정보 공유·합동작전·위기관리 모두 상대방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그 신뢰를 잃었다. 세계 최강 전력을 보유한 미국이 한국군에게 맡겼던 문지기 역할을 직접 거둬 들였다는 사실은 상징성을 넘어 실제 작전 수행 능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단 하루의 오해도 공동작전을 붕괴시킬 수 있는 것이 군사 협력인데, 지금 벌어진 상황은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제도적·정치적 신뢰 붕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사태의 본질이 ‘국내 정치 갈등이 외교·안보 영역을 침범한 것’이라는 점이다.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내란’이라 규정하고, 대북 군사작전을 ‘도발 유도’라는 황당한 프레임으로 뒤집어씌우며, 심지어 동맹국 기지까지 무리하게 압수수색하는 행위는 외교적 상식뿐 아니라 안보 감각조차 결여된 행동이다. 동맹은 정치적 공격의 도구가 아니다. 그러나 특검팀은 동맹의 신뢰를 정치적 레버리지로 소비했고, 그 결과가 바로 이번 오산기지 출입권 회수다.
주한미군의 결정은 단순한 보안 강화 조치가 아니다. ‘한국군을 믿을 수 없다’는 중대한 경고다. 신뢰는 한순간에 깨지지만 되돌리는 데는 수년이 걸린다. 지금 한미동맹의 구성 요소들—정보 공유·연합작전계획·실시간 상황전파 체계—모두가 균열의 위험 속에 놓여 있다. 동맹을 가장 크게 위협한 것은 북한도 중국도 러시아도 아니다. 바로 대한민국 내부에서 벌어진 정치적 무책임이었다.
이번 사태는 명백하다. 내란특검이 한미동맹을 망치고 있다. 정치적 목적의 무분별한 수사가 국가 안보의 토대를 뒤흔드는 순간,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온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격돌이 아니라 국가 안보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감과 동맹에 대한 성숙한 이해다. 한국은 동맹을 당연한 것으로 여길 여유가 없다. 한 번 무너진 신뢰는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