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파는 자체 여론조사 기관을 가져야 하는가

2025.12.12 14:13:31

NBS 조사 논란이 보여준 여론 시스템의 구조적 불균형

여론은 조작되지 않아도 왜곡될 수 있다

― NBS 논란이 드러낸 ‘여론 평가 기관’의 절실한 필요성

 
고구려프레스 | 제니퍼 김  
 

최근 발표된 NBS 여론조사에서 “국민 64%가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인식한다”는 결과가 공개됐다. 해당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 100%를 활용한 전화 면접 방식으로 이뤄졌고, 응답률은 18.8%,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로 제시됐다. 조사 방식만 놓고 보면 국내 전화 여론조사 가운데 비교적 높은 응답률에 속한다.

 

그럼에도 이 수치를 두고 실제 민심과의 괴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잦아들지 않는 이유는 분명하다. 문제는 여론조사가 조작되었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왜곡될 수 있는 구조 속에서 작동하고 있는가에 있다.

 

■ 계엄 사태와 동시에 고정된 ‘내란 프레임’

계엄 선포 당일, 국회 의사당 앞에는 약 4,000여 명의 민주노총 인원이 이미 집결해 있었다. 이는 사후적 항의라기보다 사전 인지와 준비가 있었음을 의심하게 하는 장면으로 국민의 기억에 남아 있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는 곽종근·홍장원의 진술 신빙성 문제가 제기됐고, 한덕수의 증언 역시 사실관계와 다르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여론의 흐름은 빠르게 ‘계엄=내란’이라는 단일한 해석으로 고정됐다.

 

이 지점에서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여론조사는 이러한 인식을 단순히 측정했는가, 아니면 특정 프레임을 강화하는 역할을 했는가.

 

■ 응답률이 높아도 사라지지 않는 왜곡의 조건

NBS 조사의 응답률 18.8%는 평균보다 높다. 그러나 이는 여론조사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이 아니다.

 

FACT CHECK 응답률과 무관하게 작동하는 왜곡 요인

  • ① 전화 면접의 구조적 한계
    전화 면접 방식은 응답자가 조사원과 직접 대화하는 특성상, 법적·도덕적 판단이 포함된 질문에 대해 사회적으로 안전한 답변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를 사회적 바람직성 편향이라 한다.
  • ② 질문 프레이밍의 문제
    “비상계엄은 내란에 해당하는가”라는 질문은 이미 ‘내란’이라는 강한 법적·정서적 판단을 전제한다. 동일 사안을 “헌법상 대통령 권한 행사로 보느냐”, “위헌 여부는 사법 판단 대상이라고 보느냐”로 질문할 경우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응답률과 무관한 설계의 문제다.
  • ③ 결과의 정치·사법적 활용
    여론조사 결과가 언론 보도, 정치권 주장, 사법 판단의 참고 근거로 연쇄 활용되는 구조에서는, 조사는 단순한 측정 도구를 넘어 사회적 인식을 형성하는 장치로 기능하게 된다.

 

결국 문제는 참여율이 아니라, 여론조사가 어떤 구조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는가다.

 

■ 여론조사는 신뢰의 대상이 아니라 검증의 대상이다

한국에는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은 많지만, 그 결과를 독립적으로 검증하고 평가하는 기관은 존재하지 않는다. 설문 문항의 프레이밍, 표본 구성의 편향, 원자료 공개 수준을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장치가 없다.

 

이 공백 속에서 여론조사는 정치적 논쟁의 결정적 근거처럼 소비되고, 국민은 그 과정을 검증할 권한을 갖지 못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여론조사 기관이 아니라, 기존 여론조사를 분석·비교·반박할 수 있는 ‘여론 평가 기관’이다.

 

■ 새로운 여론 평가 기관이 수행해야 할 역할

  • 주요 여론조사 문항의 프레이밍 분석 공개
  • 표본 구성과 가중치 적용의 편향성 검증
  • 원자료(raw data) 공개 여부에 따른 신뢰도 평가
  • 동일 사안에 대한 대안 질문 실험 결과 제시
  • 여론조사 결과의 정치·사법 활용 영향 분석 보고서 발간

 

이는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라, 여론이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한 민주적 안전장치다.

 

■ 숫자가 아니라 구조를 봐야 할 때다

여론은 존재한다. 그러나 하나의 수치가 곧 진실이라는 믿음은 위험하다. 특히 헌정 질서와 국가의 중대 사안을 다룰 때는 더욱 그렇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몇 퍼센트인가”가 아니라, 그 퍼센트가 어떤 구조에서 만들어졌는가를 설명하는 체계다.

 

여론은 조작되지 않아도 왜곡될 수 있다.
정직한 여론 평가 기관의 설립은 그 왜곡을 줄이고, 판단의 주권을 다시 국민에게 돌려주는 출발점이다.

 



제니퍼 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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