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가 한국계 미국인 케빈 킴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EAP) 부차관보를 주한미국대사대리로 임명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반도 외교 지형에 중대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이 임박한 가운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임명했던 조셉 윤 대사대리를 전격 교체하고 한미관계 및 대북 외교 실무에 능한 인사를 투입하려는 조기 전열 재정비로 해석된다.
이는 단순한 외교 인사 교체가 아닌, 트럼프 2기 외교 정책의 방향성·한미동맹 전략·북한 및 중국을 포함한 동북아 전략을 관통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전략형 실무자’ 케빈 킴, 왜 주목받는가?
케빈 킴은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북·미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 실무자로 깊이 참여했고, 2기 정부 출범 이후에는 동아시아·태평양(EAP) 부차관보로 발탁돼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인도·태평양 전략 핵심 지역을 총괄해왔다. 북한, 미·중 경쟁, 한미 통상 및 안보 등 다양한 전략적 사안을 다룰 역량을 갖춘 ‘실무형 전략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한국 정치·사회·문화에 대한 이해도와 접근성이 높고, 실제로 8월 한·미 정상 간 회담을 앞두고 국내 관련 부처와의 소통에서 핵심 실무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외교가에서는 “북핵, 한미동맹, 미·중 견제를 아우르는 한반도 전략의 최전선에 케빈 킴을 세우려는 움직임은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한반도 이슈에 깊숙이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 미국대사 공석… “전략적 지연인가, 혼선인가”
현재 주한 미국대사직은 공식 지명이 이뤄지지 않은 채 공석 상태가 9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조지 글라스를 주일본 미국대사로 조기에 지명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보류’ 상태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은 주한대사 후보에 대해 복수의 인사를 검토하고 면접까지 마쳤으나 한미관계에서 파장이 일 수 있는 인물들이 포함돼 있는 만큼 지명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식 대사 지명 전까지 케빈 킴이 대사대리로 임명돼 한미 외교 현장을 관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후보군 혼전… 모스 탄 등 8명 물망에 올라
현재 외교가와 워싱턴 정가에서는 8명 이상이 주한 미국대사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케빈 킴: 현 국무부 동아태 부차관보. 대사대리로 사실상 내정설.
△마크 내퍼: 전 주한대사대리, 현 주베트남 대사. 한반도 전문가이나 조 바이든 인사로 분류.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 트럼프 1기 낙마 이력 있음.
△조지 글라스: 트럼프 측근, 주일본 대사 지명자. 지명 변경 가능성 일부 거론.
△고든 창: 중국·북한 강경론자. 방송 활동 활발. 한국 내 반발 우려 있음.
△모스 탄: 전 국무부 국제형사인권대사. 한국계. 보수적 입장이나 과거 발언 논란.
△영 킴: 한국계 미 전 하원의원. 한국과의 정치·문화적 이해도 높으나 외교관 경력은 부족.
△켄 가우스: 북한 분석 전문가. 실무보단 자문 역량에 강점.
이처럼 다양한 배경의 인사들이 거론되고 있으나 트럼프 진영 내부에서는 “이념적으로 확실하면서도, 외교적 감각이 있는 인물”을 찾고 있는 중이라는 설명이 많다.
조셉 윤 교체 움직임의 의미
케빈 킴의 대사대리 기용은 동시에 기존 대사대리인 조셉 윤의 전격 교체를 의미한다. 윤 대사대리는 조 바이든 행정부 말기 임명된 인물로, 한반도 문제에 있어 유연하고 대화 중시 기조를 펼쳐왔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서는 윤에 대해 “민주당 성향의 인사이며, 트럼프식 대북 압박 노선과 거리감이 있다”는 평가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선은 트럼프 2기 외교라인이 보다 강경하고 미국 중심의 실용 외교로 방향을 전환하려는 상징적 조치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외교 지형 변화의 분기점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을 앞둔 시점에서 이 같은 인사 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안보 지형이 변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한·미 간 최대 현안은 △북한 핵 문제 △중국 견제와 한·미·일 공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 협상 등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북한군의 잇단 귀순, 남북 긴장 재고조, 중국과 러시아의 군사협력 강화 등도 미국의 대아시아 전략 재조정을 압박하고 있다.
케빈 킴의 기용은 이러한 민감한 사안을 실무적 전문성과 문화적 이해를 바탕으로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적 선택’일 수 있다.
대사 인선은 ‘사람’ 이상의 문제
주한 미국대사는 단순한 외교 수장이 아니다. 한미동맹의 상징이며, 동시에 미국의 아시아 전략과도 깊이 맞물려 있는 자리다. 트럼프 행정부가 어떤 인물을 이 자리에 앉히느냐는 북한·중국·한미통상·인도태평양 전략 등 미국의 핵심 외교방정식 전반을 가늠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
케빈 킴이 대사대리로 임명된다면, 이는 곧 트럼프식 대북 전략의 복귀와 한·미관계에서의 실무 중심 체제로의 회귀를 뜻할 수 있다. 반면, 만약 고든 창이나 모스 탄과 같은 보다 정치색이 강한 인물이 지명된다면, 한·미 간 마찰 요인 증가와 외교적 긴장 심화를 야기할 수도 있다.
공식 지명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미 판은 짜이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한반도 외교의 향배 역시 갈릴 수 있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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