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17 (화)

이란

[심층] 제네바 D-1… 문서 위의 협상, 문서 아래의 전쟁

- 핵 협상 형식 속, 체제의 생존을 건 마지막 수 싸움
- 트럼프의 압박, 네타냐후의 결단, 하메네이의 버티기
- 21세기 국제 질서, ‘주권’과 ‘인권 책임’ 충돌의 임계점

 

[심층] 제네바 D-1… 문서 위의 협상, 문서 아래의 전쟁
- 핵 협상 형식 속, 체제의 생존을 건 마지막 수 싸움
- 트럼프의 압박, 네타냐후의 결단, 하메네이의 버티기
- 21세기 국제 질서, ‘주권’과 ‘인권 책임’ 충돌의 임계점

 

제네바는 고요하다. 그러나 그 고요함은 평화의 신호가 아니다.

 

17일 열릴 미·이란 2차 회담은 서류상으로는 핵 협상이다. 원심분리기 숫자, 농축 수치, 사찰 범위가 의제로 적힌다. 그러나 회담의 실질적 무게는 그 문서보다 훨씬 깊다. 이번 협상은 기술적 타협이 아니라 체제의 지속 가능성을 둘러싼 시험에 가깝다.

 

워싱턴은 더 이상 핵만을 문제 삼지 않는다. 중동 전역에 걸친 대리전 네트워크, 미사일 역량, 동맹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반복된 내부 유혈 진압이 동시에 거론된다. 핵은 협상 카드가 될 수 있지만, 정권의 정당성은 카드로 교환되기 어렵다.

 

■ 압박의 구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외교의 문을 닫지 않았다. 그러나 군사 옵션을 거두지도 않았다. 이스라엘과의 전략적 조율은 공개적으로 확인되지 않았지만, 협상 실패 이후의 시나리오가 준비되고 있다는 신호는 곳곳에서 감지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핵 능력만이 아니라 미사일과 대리전 구조 전체를 위협으로 본다. 그에게 이번 회담은 시간을 버는 절차일 뿐, 위협을 제거하는 해답이 아니라는 시각이 강하다.

 

알리 하메네이 체제는 외부 압박을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며 결속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제재와 청년층 불만, 반복된 시위 진압은 내부 균열을 축적시켜 왔다.

 

■ 인권이라는 변수
이번 국면에서 조용히 부상한 변수는 인권이다. 국제사회는 더 이상 이를 주변 의제로 다루지 않는다. 대규모 시위 진압과 정보 통제는 단순한 내부 통치 문제가 아니라, 정권의 국제적 정당성에 직결되는 요소로 인식된다.

 

21세기 국제 질서에서 ‘주권’은 여전히 강력하지만, 그 위에 ‘책임’이라는 개념이 덧씌워졌다. 자국민의 생명권을 반복적으로 침해하는 정권은 외교적 고립을 넘어 정치적 책임 논의의 대상이 된다.

 

■ 협상장의 공기
이란 외무장관은 제네바에 도착해 핵 문제를 중심 의제로 삼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그러나 회담장은 핵을 넘어선 메시지로 가득 차 있다.

 

테이블 위에는 합의문 초안이 오가겠지만, 테이블 아래에서는 계산이 움직인다. 제한적 동결로 시간을 벌 것인가, 압박을 감수하고 전략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구조적 전환을 수용할 것인가. 이 선택은 단순한 정책 결정이 아니라 체제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분기점이다.

 

■ 전쟁 직전의 정적
전쟁은 종종 요란하게 시작되지 않는다. 결정은 조용히 내려지고, 실행은 빠르게 뒤따른다.

 

이번 회담이 합의로 마무리된다면 긴장은 일시 완화될 것이다. 그러나 갈등의 근본은 남는다. 결렬될 경우, 군사적 전환은 준비된 절차처럼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제네바는 문서의 공간이지만, 그 결과는 지도를 바꿀 수 있다. 핵 수치가 아니라, 체제의 방향과 국제 질서의 기준이 시험대에 올랐다. 지금 중동은 전쟁의 소음이 아니라, 전쟁 직전의 정적 속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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