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선거를 외치면 범법자가 됩니까?”
6.3 대선을 앞두고 무소속 대통령 후보로 나와 선거 감시 활동을 벌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시민단체 간부들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된 가운데, 이를 고발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의 행보가 ‘표현의 자유와 감시 권한에 대한 침해’라는 논란에 휩싸였다.
선관위는 황 전 총리와 그가 이끄는 ‘부정선거부패방지대(부방대)’가 선거사무를 방해하고 협박했다고 주장하며 △유사기관 설치금지죄 △선거의 자유방해죄 △투·개표 간섭 및 방해죄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지난달 27일 경찰에 고발했다. 이에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사건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고, 9일 고발인 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선관위의 이 같은 대응은 적절성을 놓고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 알 권리와 선거 감시의 정당한 시민 참여를 ‘불법행위’로 몰고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 감시활동을 ‘협박’으로 본 선관위
황 전 총리는 대선을 앞두고 “선거의 투명성과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부방대는 전국적으로 활동하며 사전투표 현장 감시, 투표소 운영 방식 문제 제기 등을 해왔다. 그러나 선관위는 이를 ‘선거사무 방해’로 간주했다.
특히 선관위는 “부방대가 회원들에게 ‘투표관리관 날인란에 기표하라’고 유도해 무효표를 발생시키려 했다” “100m 이내에서 집회를 계획하고, 투표관리관에게 개인 도장 날인을 강요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선관위가 이러한 활동을 악의적으로 해석해 고발까지 이어간 점에 주목한다. “공직선거에 대한 감시와 문제 제기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당한 시민의 역할”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부방대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시민들에게 선거 절차 감시에 대한 교육을 실시해왔으며, 다수의 활동은 공개적으로 이루어졌다.
‘39건 고발’의 진짜 의미는 무엇인가
선관위는 6.3 대선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총 39건을 고발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중 다수가 투표소 주변에서의 문제 제기, 촬영 요구, 인계 과정 확인 등 부정선거 감시활동 행위들이다.
예를 들어 참관인 B씨는 회송용 봉투의 인계·인수서를 촬영하려다 이를 제지한 선거사무원의 팔을 붙잡았고, C씨는 선거인 수와 투표 수가 불일치한다고 항의했다. 이 같은 사례들이 ‘소란 행위’ 또는 ‘방해 행위’로 고발 대상이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선거 감시가 사소한 마찰로 이어졌다고 해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건 과도하다”며 “선관위가 과잉 대응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공정성의 상징이 시민을 고발하는 아이러니
선관위는 공정한 선거의 집행 기관이다. 그러나 최근 일련의 고발 조치는 선관위가 시민의 참여를 ‘통제’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부정선거 논란이 전 세계적으로 민감하게 여겨지는 사안인 만큼,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해 열린 자세로 해명하고 소통하는 것이 선관위의 책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정치평론가 김병준 교수는 “정치적 의혹을 무조건 ‘방해’나 ‘협박’으로 규정해버리면, 비판의 자유는 위축되고 결국 민주주의 자체가 흔들린다”며 “선거 감시활동에 대해 처벌 대신 협의와 제도 보완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시를 범죄화하는 순간, 민주주의는 퇴보한다
공정선거를 위한 시민의 감시활동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필수 조건이다. 선관위가 오히려 이를 ‘범죄’로 규정하며 고발하는 상황은, 마치 도둑이 몽둥이를 드는 격이다.
황교안 전 총리와 시민단체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그 감시 활동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삼는다면, 향후 그 어떤 국민도 선거의 정당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국민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 선관위의 행태는, 선거의 공정성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훼손하는 것에 가깝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발이 아니라 해명이고, 부정선거 감시자 수사보다 먼저 나와야 할 것은 폭넓은 선관위 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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