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우주사령부 본부를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앨라배마주 헌츠빌로 이전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조 바이든 전임 행정부가 콜로라도 존치를 확정한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수년간 이어진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조치다. 그러나 정치적 의미, 군사적 실익, 지역 갈등뿐만 아니라 글로벌 우주 경쟁이라는 국제적 맥락까지 포함해 해석해야 하는 사안이다.
“로켓 시티로 영원히”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주사령부 본부가 아름다운 곳, 앨라배마 헌츠빌로 이전하게 돼 기쁘다”며 “헌츠빌은 현 시점부터 영원히 ‘로켓 시티’로서 명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헌츠빌은 이미 미 육군 우주미사일방어사령부(SMDC), 레드스톤 병기고, NASA 마셜 우주비행센터 등이 자리한 미국 우주·방위산업의 중심지다. 이번 발표로 헌츠빌의 전략적 위상이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우주사령부 창설과 첫 논란
우주사령부는 2019년 8월 신설됐다. 임무는 위성 기반 항법 지원, 군 통신, 미사일 발사 경고 등 미국의 우주전력을 총괄하는 것이다. 창설 직후 임시 본부는 콜로라도스프링스에 두었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2021년 1월 6개 후보지를 검토한 끝에 앨라배마 헌츠빌 레드스톤 병기고를 최적지로 선정했다. 기반 시설, 비용, 지역사회 지원에서 헌츠빌이 우수하다는 판단이었다.
바이든의 ‘원상복귀’와 정치적 해석
그러나 2023년 조 바이든 당시 대통령은 콜로라도를 우주사령부 영구 본부로 확정했다. 표면적 이유는 군 준비태세 유지였다. 갑작스러운 이전은 핵심 인력 이탈과 전력 공백 우려를 낳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공화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정치적 고려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콜로라도는 민주당 강세 지역으로, 바이든의 결정이 ‘표밭 지키기’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앨라배마는 전통적 공화당 텃밭으로, 트럼프 지지층 결집과 직결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되돌리기
재집권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발표로 과거 결정을 복원했다. 그는 “헌츠빌은 세계 최고의 항공우주 기술 인프라를 갖춘 도시이며, 우주사령부는 이곳에서 미국 안보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는 정치적 메시지도 담고 있다. 충성 지지층이 많은 앨라배마에 ‘선물’을 주면서 동시에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뒤집는 상징적 행보다.
경제적 효과와 지역 갈등
우주사령부 본부는 수천 명 군인·민간 인력이 근무하는 대규모 조직으로, 이전은 지역 경제와 직결된다. 앨라배마는 막대한 투자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얻게 되고, 콜로라도는 경제적 손실이 불가피하다.
콜로라도 정치권과 민주당은 강력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송과 의회 차원의 재검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군사적·전략적 함의
전문가들은 헌츠빌 이전이 군사적 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한다. 헌츠빌은 기존 방위·우주 인프라가 집적돼 있어 운영 효율은 높지만, 현역 장병 다수가 거주하는 콜로라도스프링스와 비교해 인력 배치·훈련 효율 측면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다만 사이버·우주 기술 역량이 핵심인 만큼, 장기적 전략 효과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우주 경쟁과 미국 전략
이번 결정은 단순 국내 정치나 지역 경제 논리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2021년 이후 군사·상업용 위성 역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으며, 러시아 또한 우주 군사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우주사령부는 이러한 글로벌 경쟁에서 미국 우주전력의 전략적 핵심으로 평가된다.
헌츠빌 이전으로 우주사령부가 기존 방위 인프라와 밀접하게 결합되면, 미국은 위성 감시, 미사일 경고, 군 통신 역량을 보다 통합적·신속하게 운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중국·러시아 등 경쟁국 대비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이번 발표로 우주사령부 앨라배마 이전은 사실상 확정 국면에 들어섰다. 그러나 행정·재정 준비 과정에서 콜로라도 측 반발과 정치적 공방이 계속될 가능성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자유 세계 안보 강화’와 정치적 업적으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우주 경쟁의 압박 속에서 헌츠빌이 새로운 전략 거점으로 자리 잡을지, 혹은 행정·정치적 마찰로 일정 지연을 겪을지는 향후 몇 년간 추진 과정을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수년간 이어진 우주사령부 이전 논란은 트럼프의 전격 발표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헌츠빌은 ‘로켓 시티’로서 영광을 누리는 반면, 콜로라도는 경제·정치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동시에 이번 결정은 글로벌 안보 환경과 우주 경쟁 구도 속에서 미국 전략의 향방을 시험하는 중요한 실험대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