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6.07 (토)

[단독] 이재명 후보 관훈클럽 토론회 끝내 거부

‘커피 원가 120원’ ‘호텔경제학’ 등 매번 구설
한국기자협회‧서울시 주최 토론회도 불참키로
과거엔 “후보자 간 토론의 장 최대한 보장해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3차례의 대통령 후보 초청 TV토론회가 27일 마무리 된 가운데 역대 대부분의 유력 대선 후보가 통과의례처럼 진행돼 온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의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가 불참하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관훈클럽 관계자는 28일 “이재명 대선 후보의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는 없다”고 말했다. 김승련 관훈클럽 총무는 8일 회원들과 만나는 중 “그동안 이 후보 측과 다각도로 접촉을 하며 토론회 참석을 권유했으나 부정적인 반응”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한때 ‘대통령 응모자 예비 면접장’으로 불릴 정도로 권위 있는 관훈클럽 토론회는 지난달 30일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시작으로 이달 6일엔 예비후보 신분으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8일엔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를 출석시켜 호된 검증을 했다.


각 후보들은 관훈클럽에서 지명한 패널들의 날카롭고 예민한 질문에 답하는라 땀을 뻘뻘 흘려야했다. 이준석 후보는 국민의힘 최종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한덕수 예비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와 아내의 무속 관련 질문을 받아야 했고, 김문수 후보는 한덕수 예비후보와의 단일화 압박성 질문에 토론 시간 내내 시달려야 했다. 반면, 토론회에 응한 후보들은 국민적 의문을 풀거나 자신의 정견을 제대로 알리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관훈토론회는 뉴스의 인물을 초청하여 깊이 있고 날카로운 질문을 하는 토론회로 정평이 나 있다. 과거 김수환 추기경도 관훈토론회에 초청되었을 때의 느낌을 “한편 인정받는 것 같으면서 동시에 매서운 시험관들 앞에서 구두시험을 치는 것 같은 두려움이 있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심지어 관훈클럽을 후원하는 신영기금에 거액을 쾌척한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도 1984년 통일국민당 대표로 제14대 대선에 출마한 정치인 자격으로 초청돼 모질게 검증받아야만 했다. 따라서 토론회 내용은 주요 뉴스로 언론에 크게 보도돼 왔다.


이재명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이후 현재까지 선관위 주최 공식 TV 토론회를 제외한 다른 토론회는 모두 불응하고 있다. 앞서 한국기자협회가 대선후보 TV 합동토론회를 추진했으나 날짜가 변경되자 이 후보 측에서 “물리적으로 어렵다”며 불참을 통보해 토론회 자체가 무산됐고, 서울시도 19일 진행한 ‘약자와 동행하는 서울’ 토론회에 이 후보를 초청했지만 역시 불참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제안한 ‘대선 후보 배우자 간 생방송 토론’에 대해서도 거부했다.


이재명 후보는 앞선 두 차례의 대선에서는 토론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2017년 민주당 경선 때는 당을 향해 “후보자 간 토론의 장을 최대한 보장하지 않는다면 선거 규정과 관련한 어떤 협의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을 심각히 검토하겠다”고 요구했고, 2022년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경합할 때는 “토론을 하면 결국 싸움밖에 안 난다”고 주장하던 윤 후보를 향해 “민주주의와 정치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도 방송에 출연해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무한 검증해야 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가 관훈클럽 토론회 등에 소극적인 이유는 40%를 넘어서는 고공 지지율에 취해 ‘토론회에 나가봤자 잃을 것만 많고 얻은 것은 없다’는 자체 판단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후보는 3차례의 TV토론회에서 김문수‧이준석 후보로부터 ‘커피 원가 120원’ ‘호텔경제학’ ‘(중국과 대만에) 셰셰’ ‘공짜 연애’ ‘연속 탄핵’ ‘아들의 성범죄’ 등 과거 발언과 재판‧가족 리스크에 집중 공격을 받았다.


이 후보는 2017년 지방선거 때는 토론회에서 친형의 강제 입원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답변을 했다가 허위사실 공표에 따른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한편, 관훈클럽은 후보 자격 자체를 갖추지 못했던 한덕수 전 총리까지 불러내 토론회를 가졌지만 ‘부정선거 예방’을 위해 국민의힘을 탈당해 대선에 출마한 황교안 후보(무소속)에 대해서는 토론회를 제안조차 하지 않아 균형 감각을 잃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