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팽창 노선은 이제 단순한 외교정책의 차원을 넘어 인류 문명 질서의 균열을 예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中華民族偉大復興)’이라는 미명 아래, 21세기판 신(新) 제국주의 노선을 노골화하고 있다.
홍콩은 그 첫 희생양이었다. ‘일국양제(一國兩制)’ 즉 하나의 국가 두 체제를 보장하겠다는 국제적 약속은 불과 20년도 지나지 않아 무참히 깨졌다. 2019년 송환법 사태 이후 홍콩은 ‘자유도시’의 껍데기만 남았다. 민주파 언론은 폐간됐고 거리의 시민은 구속됐다. 세계가 말로만 우려할 때 중국은 이미 자유의 등불을 꺼뜨렸다.
이제 시진핑의 시선은 대만으로 향해 있다. 그는 2027년까지 ‘무력통일’을 완수하겠다고 공언하며,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일대에서 군사 훈련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해군의 항모 전력은 일본과 한국을 넘어 동남아 전체를 압도한다. 미군조차 “중국의 해상굴기(海上崛起)는 현실이 되었다”고 인정할 정도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이 거대한 팽창 전략이 단지 군사력으로만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진핑의 침공은 ‘총성 없는 전쟁’ 곧 하이브리드(hybrid) 전쟁 형태로 전개되고 있다. 정보·경제·사이버·인구·문화 침투를 동시에 활용해 목표 국가의 내부로부터 붕괴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그 표적 가운데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서울에 스며든 중국의 ‘그림자 공안’
중국은 이미 한국의 심장부에서 조용히 작동하고 있다. 작년 해외 중국인 감시용 비밀 공안 사무실이 서울 도심에서 적발된 사실은 국제적 충격이었다. 중국 공안이 자국민을 감시·회유하기 위해 외국 땅에 불법 사무실을 두고 있었다는 것은 외교적 주권 침해의 전형이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사실 확인 중’이라는 말만 반복했을 뿐 명확한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중국은 또 다른 방식으로도 한국의 국토에 손을 뻗치고 있다. 용산 일대의 주요 부지를 외국인 명의로 매입한 뒤, 그 배후가 중국계 펀드로 확인된 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는 주한미군 기지와 대통령실 인근이라는 초민감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다. 단순한 부동산 투자가 아니라, 전략적 거점 확보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
‘서해의 독도’라 불리는 격렬비열도 역시 중국의 손길이 닿았던 곳이다. 2023년 중국 자본이 이 도서를 ‘해양연구시설 설치용’ 명목으로 매입하려다 좌절된 사실이 알려졌다. 해양법 전문가들은 이를 “한국 영토에 대한 중국의 시험적 침투 시도”로 분석했다.
경제와 입법, 그리고 인구… 3단계로 진행되는 ‘조용한 점령’
중국의 전략은 다층적이다. 첫째, 경제 종속화다. 한국의 주요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이면에는 중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매입이 자리한다. 제주도는 이미 외국인 토지의 40% 이상을 중국계가 차지하고 있으며, 수도권 역시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 부동산은 단순한 재산권이 아니라 ‘영토의 민간 점유’라는 점에서 안보 문제다.
둘째, 입법 영향력 확보다. 최근 국회에서 추진되는 일부 법안—외국인 부동산 규제 완화·무비자 체류 확대·혐오표현 규제법 등—은 결과적으로 중국계 이민 확대에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중국 정부는 ‘화교(華僑) 네트워크’를 외교 도구로 활용해왔고, 한국 내 일부 정치 세력이 이를 ‘다문화 포용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수용하고 있다.
셋째, 인구전략과 국적정치다. 대량 이주를 통한 주민등록 확보와 국적 취득은 ‘선거 개입의 전초전’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지방선거 유권자 명부에 중국 국적 출신 귀화자가 집중 분포하고 있으며, 특정 정당 후보의 지지율과 비례한다는 분석도 있다. 이는 6·25전쟁 때의 ‘인해전술’이 정보화된 형태로 재현되는 것이다.
언론과 여론, 그리고 정보전
중국의 ‘하이브리드 전쟁’은 언론을 통해 더욱 교묘하게 작동한다. 주요 포털의 뉴스 배열·온라인 커뮤니티의 여론 조작·SNS 내 ‘친중 감성 콘텐츠’의 확산은 이미 구조화된 현상이다. 일부 국내 언론사에 대한 중국 자본의 간접 투자 역시 사실상 여론전의 연장선이다. ‘경제협력’의 탈을 쓴 ‘인지전(認知戰)’이다.
미국과 유럽은 이미 텐센트·화웨이·틱톡 등을 ‘국가안보 위협’으로 지정했지만, 한국에서는 여전히 ‘경제협력 파트너’로 포장되고 있다. 정부 전산망 복구 사업을 NHN클라우드가 맡고, 그 기업이 중국 텐센트와 AI 협력 회담을 가진 것은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다. 국가 데이터가 중국의 네트워크와 간접적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디지털 주권’이 이미 경계 밖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자유 잃은 아시아, 마지막 방파제는 대한민국
중국의 영토 확장은 단지 ‘땅’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상의 지배권을 확장하는 과정이다. 홍콩은 이미 민주주의의 불씨를 잃었고, 대만은 전운의 한복판에 서 있다. 필리핀과 베트남은 영해를 빼앗겼다. 일본조차 센카쿠 열도를 지키기 위해 자위대를 상시 배치 중이다. 그리고 이제 중국은 ‘한반도의 서쪽’을 향하고 있다.
문제는 대한민국 내부의 대응 태세다. 정치권은 여전히 ‘경제 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중국의 전략적 포위를 자초하고 있다. ‘중국의 침투는 과장된 공포’라는 주장 뒤에는, 이미 정책 결정 구조 깊숙이 스며든 친중 네트워크가 존재한다.
중국은 더 이상 멀리 있는 외세가 아니다. 이미 우리의 토지·데이터·여론·제도 속으로 들어왔다. 그것이 바로 ‘조용한 침공’의 본질이다.
자유의 마지막 방어선
역사는 언제나 침묵의 대가를 물었다. 홍콩이 그랬고, 티베트가 그랬다. 대한민국이 그 길을 따라가서는 안 된다. 우리의 영토·제도·데이터 그리고 국민의식이 중국의 ‘디지털 실크로드’에 편입되는 순간 자유는 형식만 남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반중 정서가 아니라 주권의 자각이다. 외교의 이름으로 포장된 굴종, 경제협력이라는 미명 아래 진행되는 종속의 구조를 직시해야 한다. 자유를 지키는 일은 목소리 높이는 구호가 아니라 한 줄의 법과 한 번의 투표, 그리고 국민의 각성으로 시작된다.
시진핑의 조용한 침공은 이미 클라이막스를 향하기 시작됐다. 그러나 그가 넘보는 마지막 방파제—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문제는, 우리가 그것을 끝까지 지킬 의지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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