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기내 발언(튀르키예 순방 중)은 한마디로 대한민국 안보의 근간을 뒤흔들 소지가 큰 ‘위험한 수사(修辭)’의 연속이다. 대통령은 남북관계의 위기를 진단하면서도, 동시에 한·미 연합훈련 축소 가능성을 열어두고(또는 그럴 수도 있다고) 말했고, 비전향장기수의 북송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일대박론’을 비판하며 과거의 대북정책(무인기·대북방송 등)을 ‘바보짓’으로 폄하했다는 보도가 잇따랐다. 이러한 말들은 국내적으로는 안보 불안을 키우고, 동맹국·대북관계라는 외교적 레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히 평가돼야 한다.
첫째, 연합훈련에 대한 모호한 언급은 한·미동맹의 신뢰를 갉아먹는 표현이다. 훈련의 규모·시기·목적은 단순한 국내정책 사안이 아니다. 이는 한미 간에 수십 년간 쌓아온 억제력의 핵심 장치이며, 공개적·비공개적으로 동맹이 합의하고 조율해온 사안이다. 대통령이 “예단하기 어렵다”거나 “평화체제가 확고해지면 훈련을 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식으로 언급하면, 동맹 파트너는 한국의 의지를 재확인하기 위해 더 많은 확인 작업을 요구하게 되고, 상대(북)는 안보공백(혹은 우려)을 노려 전술적·심리적 이득을 취하려 들 수 있다. 훈련 축소가 ‘결과’가 될지 ‘지렛대’가 될지 모른다는 설명은 유화적 제스처의 가능성을 열어 동맹 협의 없이 단독 행동으로 오해될 소지가 크다.
둘째, 비전향장기수의 북송 허용 발언은 법적·인도주의적·안보적 문제를 한꺼번에 불러올 수 있다. 전향 의사를 밝히지 않은 채 오랜 수감생활을 한 이들의 송환 문제는 국제법·인권 우려와 맞닿아 있다. 강제로 송환했을 경우 개인의 생명·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고, 국제사회에서의 책임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설사 본인이 ‘가고 싶다’고 해도, 정부가 전면적인 검토 없이 이를 허용하는 태도는 국가 안보와 법질서에 대한 무책임한 접근으로 비쳐질 수 있다. 더구나 이런 민감한 사안을 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허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외교·안보적 파장을 과소평가한 처사다. 관련 보도는 해당 문제 제기가 실제로 있었음을 전한다.
셋째, 대북 심리전(대북방송)과 무인기 투입을 ‘바보짓’으로 평가절하한 것은 북한의 위협을 과소평가하는 태도다. 대북방송과 정보전은 단순히 적대적 쇼가 아니라, 대북 내부의 정보를 교환하고 심리적 균열을 유도하는 전략적 수단이다. 무인기 운용 역시 정찰·정보수집·억제에 기여해 왔던 전술이다. 이런 수단들을 ‘쓸데없이’라며 일축하면, 군(軍)·정보당국의 전술적 자산과 현장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는다. 안보 현장은 이념적 평가가 아니라, 현실적 위험에 기반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넷째, 과거 ‘통일대박론’을 공격하며 정치적 레토릭을 문제 삼은 것은 일부 타당하다 해도, 시기·맥락을 고려한 신중함이 필요하다. 통일을 ‘대박’으로 단순화해 비판하는 것은 정치적 수사로 유효하지만, 이를 근거로 현안에서의 안보정책(억제력 강화·심리전·동맹 연습 등)을 일괄적으로 폄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통일 담론은 국민적 합의와 경제·사회적 대비가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정치적 흥정의 대상으로만 다루어선 안 된다.
다섯째, 무엇보다도 문제적인 것은 ‘공개 발언의 무게’다. 대통령의 한마디는 국내 여론뿐 아니라 국제 파트너와 상대방 정권에 메시지를 보낸다. 불명확한 언어는 전략적 모호성을 초래해 오해를 낳고, 최악의 경우 억제력의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같이 남북 간 모든 연결선이 끊긴 위기 상황에서는 더더욱 ‘강한 억제’와 ‘명확한 외교적 메시지’가 병행돼야 한다. 대화의 문을 여는 것은 필요하나, 그 방식은 준비된 외교·안보 로드맵과 한·미 공조 속에서 이뤄져야지, 일방적·감정적 수사로 대체되어선 안 된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발언은 ‘선의’일 수 있으나 국가 안보의 관점에서는 경솔하게 읽힐 여지가 크다. 안보는 실험장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동맹의 신뢰와 국가의 존엄이 걸려 있다. 따라서 정부는 즉시 다음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 첫째, 한·미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연합훈련 정책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커뮤니케이션 라인을 재정립하라. 둘째, 비전향장기수 문제 등 민감 사안은 법적·인도적 검토와 국제 규범을 반영한 뒤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설명하라. 셋째, 대북정책의 수단(방송·정보전·정찰 등)에 대해 군·정보 당국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정치적 수사로 경시하지 말라. 마지막으로, 대통령은 앞으로 발언의 정치·외교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보다 신중하고 실무적인 표현을 사용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안보는 감정이 아니라 계산과 준비로 지켜진다. 진정한 평화는 ‘말’이 아니라 ‘억제력’과 ‘신뢰’ 위에서 자란다. 대통령의 좋은 의도를 의심하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의도가 국민과 국가를 지키는 실질적 방패가 되도록, 말 한마디 한마디에 더 큰 책임을 다할 것을 촉구한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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