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발생한 3370만 고객 계정 유출 사태는 단순한 내부자의 일탈이나 기업 보안 부실 문제로 축소될 사안이 아니다. 이번 사건은 중국 국적 직원이 내부 인증토큰과 서명키를 사용해 고객 정보를 대량 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내부자 보안 사고’라는 익숙한 프레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국 이커머스 안보체계의 총체적 균열이며 더 나아가 미·중 전략 경쟁의 최전선에서 벌어진 하이브리드 공격의 일환으로 해석해야 한다.
유출된 정보는 이름·전화번호·이메일 수준이 아니라 배송지 주소·주문 내역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가구 구성·소비 패턴·경제 수준·직장과 생활 동선까지 추적 가능한 정보다. 악의적 세력의 손에 들어가면 표적형 스미싱은 물론이고 경제·사회적 약점을 노린 공격까지 가능해진다. 중국의 ‘데이터 기반 침투 전략’이 실체로 드러난 것이다.
더 심각한 점은 한국 최대의 물류 네트워크를 가진 쿠팡의 신뢰 기반이 훼손되자마자 중국계 이커머스(C커머스)가 즉각적인 반사이익 구조를 갖게 된다는 것이다. 이미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은 저가 전략과 물류 확장을 통해 한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쿠팡의 신뢰 붕괴는 단순한 기업 경쟁이 아니라 한국 이커머스 시장 자체가 중국 플랫폼 생태계로 편입되는 구조적 변곡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위험은 이미 가시화됐다. G마켓은 올해 알리바바와 합작법인을 설립했고, 국내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들이 ‘글로벌 협업’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네트워크와 연결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제 한국인의 민감 데이터가 국경 밖, 특히 중국계 플랫폼과 엮이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경고도 쏟아진다.
이번 사건이 단순한 해킹이 아니라 중국인 직원이 내부 인증 권한을 악용한 ‘내부자 기반 공격’이었다는 사실은 이 우려를 더 이상 가설로 둘 수 없게 만든다. 이는 조직 통제와 접근 권한 관리, 로그 모니터링, 데이터 이상거래 탐지 등 가장 기본적인 통제 절차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의미다. 중국계 인력이 한국 기업의 핵심 데이터·물류·결제 시스템 내부로 이미 깊숙이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징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건의 파장은 기술·보안적 문제를 넘어 경제·금융 전선으로도 즉시 확산됐다.
쿠팡 주가 5% 급락… 미국 투자자 신뢰도 붕괴
사건이 공개된 직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은 5% 이상 급락했다. 거래량은 전일 대비 4.5배 급증, 투자자들은 쿠팡의 관리체계와 내부 통제 부실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출했다. 무엇보다 처음엔 수천 건이라던 유출 규모가 3370만 건으로 7500배 폭증한 점이 충격을 키웠다.
여기에 창업자 김범석 의장의 △미국 국적 △미국 법인 쿠팡Inc 지배 △한국에서 매출 40~50조 창출 △그러나 경영 책임 및 사회적 책임은 회피 등 책임 회피 논란까지 겹쳤다.
김 의장은 지난해 차등의결권 주식을 전환·매도해 약 5000억원을 현금화했다. 그러나 대규모 기부는 대부분 미국에서 이루어졌다. 한국 소비자와 한국 노동자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임에도 한국 사회가 부담해야 할 리스크는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에서는 과로사 논란, 물류센터 사망 사고, 입점업체 수수료 문제, 수사 외압 의혹 등 숱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켰지만, 정작 국회 청문회에는 모습을 감추었다. 이러한 ‘기형적 지배구조’와 책임 회피 문화는 이번 대규모 유출 사태에서 그대로 폭발했다.
한국은 이미 중국의 경제 전략에 대응할 역량이 부족하다
문제는 한국이 이 상황을 스스로 해결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적 혼란, 규제 무력화, 국가안보와 경제안보의 경계 붕괴 등 모든 조건이 중국의 데이터·경제 침투 전략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의 제도·정보·경제적 중심축 상당 부분이 이미 중국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그렇다면 누가 대응할 수 있는가. 정답은 분명하다. 미국이다. 쿠팡은 한국계 미국 기업이며, 미국 투자자의 자본이 대거 들어간 나스닥 상장사다. 중국이 내부 인력을 활용해 미국 기업의 핵심 소비자 데이터를 탈취했다면, 이는 명백히 미국 기업을 겨냥한 하이브리드 공격이다.
중국은 이미 군사력보다 경제·기술·데이터 전선을 중심축으로 미국을 압박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그 패턴의 연장선이다.
미국이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음 타깃은 더 큰 미국 기업
미국 정부는 이번 사건을 단순 보안 사고 혹은 한국 내부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이 사건은 “중국이 미국 기업의 데이터·신뢰·시장 지배력을 공격한 사건”이다. 미국이 쿠팡 사건을 방치한다면, 중국의 다음 타깃은 더 크고 더 중요한 미국 본토 기업이 될 것이다. 데이터·경제·안보가 통합된 21세기 전쟁에서 방심은 곧 패배다.
쿠팡 사태는 경고 신호다
쿠팡 사건은 한반도에서 이미 시작된 미·중 전쟁의 축소판, 그 전조 증세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더 큰 위기, 더 큰 붕괴가 뒤따를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적 대책이 아니라 한·미 공동의 전략적 대응 체계 구축이다.
쿠팡 사태는 경고다. 이 경고를 읽어내지 못한다면, 한국과 미국 모두 더 큰 전략적 손실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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