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평생 기자이자 북한학 박사 학위를 가진 북한 전문가다. 세계 유일의 북한 전문 대학원인 북한대학원대학교(구 경남대 북한대학원) 박사과정 1기로 북한 체제를 학문적으로 분석해 왔다. 경기도 김포 DMZ 접경지역에서 성장하며 밤마다 북한의 대남방송을 들어야 했고, TV 안테나 상태에 따라 북한 TV 화면이 잡히던 환경 속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일본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 아들이 머슴과 한편이 돼 지주인 아버지를 낫으로 살해하는 게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찬양하는 게 북한 드라마다. 북한은 추상적 대상이 아니라 일상의 현실이었다.
북한학을 공부하며 노동신문 70년치를 체계적으로 분석했고, 통일부 출입기자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회사 내 남북평화연구소에서 평양TV를 상시 모니터링했다. 이 같은 경험과 연구를 바탕으로 단언컨대 노동신문은 대한민국의 기준에서 ‘언론’이 아니다. 그것은 북한 노동당의 기관지이자 체제 유지를 위한 선전·선동 도구이며 철저히 계산된 프로파간다다.
노동신문은 사실 전달보다 목적 달성이 우선한다. 1980년 5·18 사태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 탄핵 국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에 이르기까지 노동신문은 일관되게 남한 내부 갈등을 증폭시키고 체제 불신을 부추기는 선동에 집중해 왔다. 표현은 기사 형식을 띠지만 실질은 지령문에 가깝다. 이는 감정적 평가가 아니라 수십 년치 텍스트 분석을 통해 확인된 구조적 특성이다.
이런 매체를 현 정부가 나서서 ‘자유롭게 열람’할 수 있도록 보안 등급을 완화한 결정은 학문적으로도, 안보적으로도 이해하기 어렵다. 더욱이 현 정부와 집권 여당 인사들 중에는 국가보안법 전과자이거나 공공연히 “북한은 주적이 아니다”라고 발언해 온 인사가 적지 않다. 이러한 이념적 성향과 정책 결정이 맞물릴 때 국민이 합리적 의심을 품는 것은 자연스럽다.
정책은 의도로 평가되지 않고, 효과로 평가된다. 노동신문 1부를 구독하기 위해서는 중국이나 일본을 경유하는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쳐야 하며, 연간 비용은 190만 원을 훌쩍 넘는다. 이런 고비용·저접근성 매체를 ‘개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실익은 무엇인가. 학술 연구 목적이라면 이미 제한적·통제된 방식의 접근은 가능했다. 전면적 완화는 불필요할 뿐 아니라 위험하다.
더 큰 문제는 향후 파급 효과다. 북한은 분명히 이를 대남 심리전의 기회로 인식할 것이다. 노동신문은 공개 선동과 은밀한 신호를 동시에 담아내는 매체다. 표현은 추상적이지만 대상은 구체적이다. 남한 사회 내부의 이념적 균열을 읽고, 그 틈을 파고드는 방식은 이미 검증된 공작 수법이다.
더욱이 이는 상호주의에 기반한 조치도 아니다. 북한은 여전히 대한민국 언론을 자유롭게 개방하지 않는다. 아니, 남한 드라마를 시청했다는 이유로 정치범수용소행은 물론 사형까지 시킨다. 일방적 개방은 평화가 아니라 취약성만 노출할 뿐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결정을 지시하고 집행한 이들은 누구를 위한 정치를 하고 있는가. 그대들은 대한민국 헌법이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대한민국 주도의 통일을 지향하는가, 아니면 북한식 연방제나 공산화 같은 체제 전환을 염두에 두고 있는가.
안보는 선의에 기대는 영역이 아니다. 북한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북한을 오래 연구한 학자가 아니라, 북한의 본질을 직시하는 사람이다. 노동신문 개방은 학문적 진보도, 평화의 전진도 아니다. 그것은 백해무익한 결정이며, 역사 앞에서 반드시 평가받게 될 사안이다. 가수 화사의 노래가사처럼 언젠가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다.

작가·언론인
세계일보 기자·문화부장·논설위원
한국통일신문·시사통일신문 편집국장·대표
스카이데일리 논설주간·발행인·편집인·대표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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