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해당 영화가 앞으로 펼쳐나갈 방향을 보여준다. 한정된 시간에 압축적으로 전개해 나갈 맛보기 같은 기능이다. 오프닝 시퀀스가 조밀할수록 뒷부분의 전개가 흥미로울 것으로 기대를 하지만 왠지 성글어 엉성한 느낌을 주면 뒷부분도 역시나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시작이 짜임새가 없는데 뒷부분에서 반전을 기대하는 것은 개가 고양이로 변하기를 기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25편의 시리즈를 만든 ‘007’ 영화들은 오프닝에서 한바탕 푸닥거리를 보여준 후에야 메인 타이틀이 나오고 본격적인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50년이 넘는 세월동안 명맥을 이어온 것은 시작부터 관객의 흥미를 그는 구성이 탄탄했기 때문이다.
이재명정부가 시작한지 2주 정도 지났다. 영화로 치면 오프닝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시쳇말로 거시기 하다. 우선 인사 파열음이 양철 지붕에 쥐가 뛰어다니는 꼴이다. 국무총리 지명을 받은 김민석은 석연치 않은 기행이 차고 넘친다. 한때 문재인정부의 민정수석을 지낸 조국 씨가 갖가지 파렴치 범죄에 연루된 혐의는 정권 몰락의 중요한 원인이 되기도 했다.
김민석 의혹은 조국에 비견되거나 그 이상의 수준이다. 그의 추악한 면모는 개인 간 채무로 위장한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 등 대부분은 돈 문제와 엮여 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 2020년 5월 마이너스 5억8000만 원이라고 밝힌 재산내역은 2025년 6월에는 플러스 2억1500만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년 만에 8억 원을 벌었다는 것인데, 생활비 둥 각종 비용을 쓰고도 매달 1600만 원을 저축한 셈이다.
같은 기간 내에 지출한 내역은 교회헌금 2억 원, 카드·현금 2억3000만원, 추징금 6억2000만원 등 10억 원이 넘는 액수다. 돈찍어내는 기술이 없는 한 도무지 아귀가 맞지 않는다. 여기에다 연간 2000만원이나 드는 아들의 등록금 비싸기로 유명한 청심고등학교 학비에다 연간 1억 원이 든다는 미국 어느 대학의 학비는 어떻게 조달했는지 안개 속이고, 여기에다 체제비·생활비까지 합치면 웬만한 샐러리맨 수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다.
의혹은 또 있다. 아들의 입시 스펙을 만들어주기 위해 국회에 입법청원을 했다는 이야기, 해당 대학에 출석하지도 않았는데 중국 칭화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는 의혹에 이르면 범죄백화점 사장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석사 학위를 받았다는 기간에는 국내 정치 활동으로 바쁜 때여서, 애인과 떨어져 살기는 했지만 아이는 낳았다는 말처럼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변명으로 얼버무린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음해’나 ‘검찰의 표적 수사’같은 말도 나왔다.
재판부의 확정 판결이 나왔는데도 고개를 빳빳이 들고 죄가 없다고 우긴다. 하긴 온갖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이 대통령까지 되는 마당에 스폰서의 돈을 좀 받아 썼기로서니, 아들의 경력을 만들어줄 수만 있다면 국회 쯤 이용할 수도 있는 거지, 그 정도가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부전자전의 모범을 보이려는 것인지, 아버지는 해당 대학에 가지 않고도 석사학위를 받는 마술을 부렸고, 아들 역시 홍콩의 어느 대학에서 인턴으로 일했다고 했지만 그가 다녔다는 고등학교에서는 그런 경우에 휴학이나 파견 같은 조치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간이 지날수록 의혹에 의혹이 더한다. 해명을 하더라도 앞뒤 사리가 맞아야 한다. 무조건 아니라고 우기기만 하면 오히려 의혹만 더 키울 뿐이다. 온가족이 달려들어 범죄에 가담한 조국 씨가 범죄 신기록을 세운 경우라면, 이재명이 그 기록을 깼고, 뒤이어 김민석이 다시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염을 쏟아내는 꼴이다.
대통령실 민정수석으로 내정됐다가 사퇴한 오광수 변호사의 경우는 검사 재직 시절 부동산을 차명으로 보유했다가 명의인과 시비가 붙어 소송 끝에 되찾아 왔을 뿐 아니라 차명으로 대출까지 받았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수사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서 정작 본인이 은밀하게 위법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나는 ‘바담픙이라고 해도 되고 다른 사람은 바람 풍이라고 하지 않으면 엄벌하겠다’는 겉과 속이 다른 행동을 해온 것이다. 이재명의 행동과 판박이로 닮았다. 그래도 이재명과 다른 점은 논란이 되자 버티지 않고 사퇴한 점이다. 민정수석 내정자의 사표를 받아들였다면 그보다 더한 혐의를 받는 이재명도 사퇴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들 취업 청탁 의혹을 받는 김병기는 더불어민주당의 원내대표가 되었다. 그렇다고 의혹도 사라지나. 하긴 의혹 정도가 무슨 대수인가. 온갖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가 대통령이 되는 세상인데.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약 30년 간 아파트와 재개발 지역·상가 투자 등으로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었고, 특히 2005년에는 당시 중학생과 초등학생이었던 두 아들 명의로 영등포구 상가 한 호씩을 매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수도권에 수십 억 상당의 땅과 상가·주택·오피스텔을 사들여 20년 넘게 치부하며 임대수입까지 얻고 있다는 의혹이 나왔다.
통상적으로 이 정도 논란이면 모든 공직에서 물러나고 법적 책임이 있다면 지겠다고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지만 문재인정부를 거치면서는 관행대로 했을 뿐이라고 우기며 버티고, 임명권자는 문제삼을 정도가 아니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대통령이 된 이재명을 비롯 주요 공직자들이 누가 더 비리가 많은지 레이싱을 하는 지경이니 ‘정의로운 세상’이니 ‘공평한 세상’이니 하는 말은 끼어들 틈이 없다.
이화영·조국·송영길은 감옥에서 자신들을 사면하라고 겁박하고 있다. 말은 에둘러 하더라도 속내는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데 기여했으니 보상을 하라’는 말로 들린다. 범죄자가 범죄자에게 공갈치는 격이니 조폭들의 협잡을 눈으로 보는 격이다.
주요 7개국(G7) 회의에 참석한 이재명의 외교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개무시 당하고, 다른 나라 정상에게도 찬밥신세가 되는 수모를 겪었다. 야당일 때는 비난하고 우기면 그만이지만 국정 운영의 중심에 선 이상 모든 결과는 고스란히 당사자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의 화양연화 시절이 아니라 카드 돌려막기 식으로 모든 상황을 봉합해야 하는 고난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권의 오프닝 시퀀스는 얽키고 설킨 실타래 같이 조악하고 불안해 보인다. 부모 말 안 듣고 야반도주한 자식이라면 잘 살기라도 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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